세계가 주목한 제주 구석의 작은 변화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실이 지금은 키보드 소리로 가득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제주도 구좌읍의 한 폐교가 바로 그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폐교는 더 이상 방치된 시골 학교가 아니다. 이제는 세계 각지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들이 모여 일하고, 소통하고, 지역과 연결되는 '디지털 워케이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좌읍은 제주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농촌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로컬에서 일하고 싶다’는 트렌드와 함께 디지털 노마드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이 폐교 공간이 있다. 이 글에서는 해당 폐교가 어떤 배경에서 디지털 노마드 공간으로 전환되었는지, 그 과정과 운영 방식,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제주라는 지역성과 글로벌 일자리 흐름이 만나는 이 실험은 지방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폐교가 워케이션 허브가 되기까지의 과정
해당 폐교는 2016년 폐쇄된 구좌읍 ○○초등학교 분교장이다. 학교가 폐쇄된 후 수년간 잡초와 먼지 속에 방치되어 있었으나,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와 민간 스타트업의 협력 프로젝트로 ‘제주 리모트워크 베이스캠프’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되었다.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실내는 전면 리모델링되었다. 책상과 칠판이 있던 교실은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된 오픈형 코워킹 스페이스로 바뀌었고, 체육관은 웨비나와 작은 콘퍼런스를 열 수 있는 멀티미디어 홀로 변신했다. 운동장에는 이동식 컨테이너 숙소가 설치되어 단기 체류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었고, 공용 주방과 카페형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지역 건축사, 디지털 기업, 행정기관, 그리고 마을 이장이 포함된 협의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역 친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운영 방식과 디지털 노마드 유입 전략
현재 이 공간은 ‘○○노마드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입주 조건은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과 연결된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문이 열린다. 예를 들어, 실제 입주자 중 일부는 구좌읍 청년들과 협력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또 다른 팀은 지역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 워크숍을 열었다. 입주자는 기본적인 사용료를 지불하지만, 대부분의 운영 재원은 제주도의 청년 워케이션 지원 사업과 관광진흥기금으로 충당된다. 주 1회 커뮤니티 모임, 월 1회 결과 공유 세션 등을 통해 입주자와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교류와 실험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에 미친 변화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구좌읍의 이 작은 폐교가 워케이션 허브로 바뀐 이후, 마을에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겨났다. 일단, 외지인들이 장기간 체류하면서 지역 내 카페, 식당, 마트 등 소상공인의 매출이 소폭 상승했고, 평소 비어 있던 게스트하우스들도 일시적으로 만실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마을 주민 중 일부는 외국인 입주자와 영어로 소통하면서 일상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지역 청년들은 디지털 노마드의 업무 방식을 간접 체험하며 미래 직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장기 체류를 위한 주거 인프라 부족, 지역민과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 지속적인 행정적 지원의 불확실성 등은 향후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외부 인재가 일시적 체류자가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이 작은 폐교는 단순한 트렌드 공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방혁신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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