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지역 커뮤니티

경북 영덕의 폐교를 활용한 ‘청년 창업 공간’ 조성 사례 분석

tae-content 2025. 6. 25. 05:49

폐교에 다시 불이 켜진 이유

청년이 떠나는 시골, 문을 닫는 학교, 그리고 조용해진 마을. 이 세 가지는 지금의 지방 현실을 상징하는 단어다. 경상북도 영덕군도 예외는 아니며, 특히 산간 지역과 해안 지역의 소규모 초등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로 폐교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영덕군 창수면의 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청년 창업 공간’이다.

 

경북 영덕의 폐교 활용

 

이 공간은 단순히 책상 몇 개를 둔 사무실이 아닌, 지역 문제 해결형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혁신 거점이다. 이 글에서는 해당 공간이 만들어진 배경, 조성 과정, 운영 방식, 그리고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히 분석한다. 특히 ‘청년이 다시 시골로 돌아오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이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폐교 리모델링의 배경과 조성 과정

창수면 ○○초등학교는 2015년 폐교된 후 약 5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건물은 일부 파손되고, 운동장은 잡초로 뒤덮였으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흉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0년, 경북도와 영덕군이 공동으로 ‘지방소멸 대응 청년활동 거점 조성 사업’을 발표하면서 이 폐교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설계는 기존 교실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되, 각 교실을 코워킹 스페이스, 메이커룸, 회의실, 지역 연구실, 커뮤니티 카페 등으로 용도별 리디자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전기, 단열, 통신 설비는 전면적으로 교체되었고, 내부 디자인은 지역 예술가와 청년 디자이너가 참여해 공간에 창의성과 감성을 더했다. 2021년 정식 개관 이후, 이 공간은 단순 사무공간이 아닌, 지역 밀착형 창업 실험실로 기능하게 되었다.

 

청년 창업 공간의 실제 운영 방식

이 공간은 ‘○○청년플랫폼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상주 창업팀은 6팀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영덕이나 인근 지역 출신 청년들이며, 도시에서 귀촌한 사례도 존재한다. 주요 창업 분야는 로컬 푸드 가공, 지역 콘텐츠 제작, 친환경 상품 유통, 농어촌 관광 기획, 지역 브랜드 개발 등으로 다양하다. 운영 방식은 단순한 공간 제공이 아닌, 지역 문제를 주제로 창업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문제 해결형 액션러닝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군청과 청년센터는 초기 자금, 컨설팅, 멘토링, 네트워크 연계 등을 지원하며, 입주 청년들은 결과물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다. 매월 열리는 오픈워크숍에서는 주민, 지자체 관계자,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등, 외딴 공간이 아닌 지역과 연결된 실험실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역사회에 미친 변화와 향후 과제

이 청년 창업 공간의 개설 이후, 지역에는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폐교였던 공간이 다시 밝게 불을 밝히자 마을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왕래가 늘면서 카페, 식당 등 주변 상권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마을 어르신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 덕에 마을이 덜 외로워졌다”고 말한다. 청년 창업팀 중 일부는 지역에 정착해 농지를 임대받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실질적인 사회적 기반을 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청년의 이탈을 막기 위한 중장기 자금 지원, 성과 기반 지원 제도,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소 방안, 후속 세대 육성 프로그램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 이 사례는 폐교가 단순히 ‘버려진 학교’가 아닌, ‘지방의 미래를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단,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끊임없는 제도적 뒷받침과 지역 공동체의 신뢰가 함께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