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지역 커뮤니티

전북 진안군의 폐교 리모델링 사례, ‘작은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다

tae-content 2025. 6. 24. 21:32

사라진 폐교, 다시 깨어나다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폐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폐교는 단순히 기능을 멈춘 건축물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문화가 담긴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 진안군은 이러한 폐교 문제를 단순 철거나 방치가 아닌, 지역 문화재생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전북 진안군의 폐교 리모델링 사례

 

진안군 정천면에 위치한 A초등학교는 오랜 세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공간이었지만, 학생 수 급감으로 폐교된 이후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곳은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작은 미술관’으로 재탄생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해당 폐교 리모델링의 배경과 과정, 운영 방식,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친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공간의 변신, 폐교가 미술관으로 바뀌기까지

A초등학교는 1980년대에 건립된 전형적인 시골 학교로,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교실과 넓은 운동장을 갖추고 있었다. 폐교 이후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건물은 노후화되었고, 공간은 잡초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2년, 지역 출신 예술가와 진안군청, 그리고 문화재단이 협력하여 ‘폐교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며, 교실은 전시 공간으로, 교무실은 큐레이터 사무실로, 급식실은 지역작가 워크숍 공간으로 바뀌었다. 운동장은 주민을 위한 야외조각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었고, 매년 열리는 ‘진안 아트마을 축제’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예술과 공동체가 교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그 정체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운영 방식과 커뮤니티 중심의 콘텐츠 기획

작은 미술관의 운영 방식은 민관 협력형 모델이다. 진안군청은 건물 유지와 기반 시설 지원을 맡고 있으며, 운영은 ‘○○예술협동조합’이라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한다. 이들은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하고,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어린이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미술 심리 치유 프로그램’과 ‘세대 통합 예술 교실’이다. 이는 단순히 관람을 넘어서 참여 중심 콘텐츠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으며, 지역사회 내 소외계층의 문화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근 지역의 폐교와 연계해 ‘순회 전시’를 시도함으로써, 진안군 전체의 문화 인프라 확장에도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과 미래 과제

작은 미술관의 등장은 지역에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방치되어 흉물로 남았던 폐교가 문화공간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자긍심이 회복되었다.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과 워크숍 행사로 인해 외지 방문객이 증가했고, 마을 내 소상공인의 매출도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더불어 마을 어르신들은 손자 손녀에게 “이곳이 내가 다니던 학교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공동체의 세대 간 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전담 인력의 부족,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 등은 장기적 운영에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의 지속적인 협력과, 청년층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이 작은 미술관은 단순한 폐교 활용 사례를 넘어선, 한국형 로컬문화재생의 대표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