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던 공간에 다시 켜진 마을의 불빛
충청남도 논산시의 한 시골 마을, 아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텅 빈 교실, 먼지 쌓인 칠판,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은 마을이 점차 잊혀져 간다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폐교에 어느 날 책이 들어오고, 주민들의 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충남 논산시 강경읍의 한 폐교는 다시 살아났다. 지금은 ‘도서관 + 주민센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머무는 살아 있는 마을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행정적 리모델링의 결과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요청과 자발적인 참여가 반영된 마을 주도형 재생 프로젝트의 대표 사례다. 이 글에서는 폐교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배경과 실제 리모델링 과정, 운영 방식, 그리고 지역사회에 가져온 실질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상세히 살펴본다.
폐교 재생의 시작 – 주민의 요구에서 행정의 결단까지
해당 폐교는 2013년 폐쇄된 ○○초등학교 분교로, 당시 학생 수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폐교 후 방치된 공간은 쓰레기 무단 투기와 노숙인 출입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고, 마을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8년,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논산시에 ‘공공문화시설 유치 민원’을 제출했고, 시는 해당 폐교를 활용한 복합시설 조성안을 검토하게 되었다. 이후 충청남도와 교육청, 논산시청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고, 그 결과 주민센터와 도서관을 결합한 다기능 문화공간 조성으로 계획이 확정되었다. 기존의 교실 구조는 최대한 보존하면서, 건물 내부는 철저히 마을 기능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외부 운동장은 야외 쉼터와 마을장터, 작은 공연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2020년 정식 개관 이후, 이 공간은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도서관+주민센터 복합공간의 실제 운영 방식
현재 이 공간은 ‘○○마을 커뮤니티센터’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 건물 안에 두 가지 기능이 공존한다. 도서관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동화책과 일반 도서 외에도 농업 관련 전문서적, 지역사 연구자료, 고령자 맞춤형 큰 글자 책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큐레이션이 특징이다. 주민센터는 민원 업무 뿐만 아니라 복지 상담, 건강관리 프로그램, 어르신 정보화 교육 등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매주 수요일에는 ‘책 읽는 마을 프로그램’이라는 주민 참여형 북클럽이 운영되며, 매달 한 번은 지역 작가 초청 강연도 열린다. 이 모든 운영은 논산시와 마을 운영위원회가 공동 책임 구조로 운영하며, 인력 채용 시에도 지역 거주민 우선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단순 행정 공간이 아닌, 주민이 중심이 되어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이 복합문화공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역사회에 미친 변화와 향후 확산 가능성
이 복합문화공간은 마을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어르신들이 자주 나올 수 있는 안전한 공공장소가 생기면서, 마을의 고립감이 줄어들었다. 주민센터와 연계된 건강관리 서비스로 만성질환 관리율이 상승했고, 도서관은 아이들의 학습 공간으로도 활용되며 가족 단위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이제는 마을에 갈 곳이 생겼다”는 데 큰 만족감을 표한다. 외부 방문자도 소규모지만 꾸준히 증가 중이며, 주말 북토크나 작가 강연 행사 때는 인근 지역 주민들도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 전문 인력 확보, 운영비 안정성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산의 폐교 재생 사례는 공공성과 주민 참여를 융합한 모델로서, 전국의 유사 지역에 적용 가능한 참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더 이상 폐교는 사라진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마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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