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농촌 고령화와 폐교 증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tae-content 2025. 7. 3. 09:12

학교가 문을 닫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는 마을

대한민국의 농촌은 지금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30%를 넘은 고령 마을이 전국적으로 수천 곳에 달하며, 일부 지역은 초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초고령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속되는 인구 유출로 인해 농촌 학교는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해마다 폐교되고 있다. 1982년 이후 누적 폐교 수는 4천여 곳을 넘어섰고, 특히 전라·경상·강원 지역에서는 매년 수십 곳씩 학교 문이 닫히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 고령화와 폐교 증가

 

문제는 이 폐교가 단지 교육 기능의 소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기반의 와해, 사회적 서비스 공백, 경제활동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와 폐교는 이제 개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맞물려 있는 구조적 지방소멸 위기의 징후다. 이 글에서는 농촌 고령화와 폐교 증가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그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대응 방안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통합적으로 고찰한다. 늙어가는 마을에서 더 이상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고령화와 폐교의 상호작용 구조 – 공동체 기반의 붕괴

농촌의 고령화와 폐교 증가는 상호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서로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 구조에 있다. 먼저, 젊은 세대의 도시 이주와 출산율 저하는 학교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결국 폐교로 이어진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에 남아 있는 젊은 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구는 교육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다시 도시로 이주하게 되며, 고령자만 남게 된다. 이로써 마을은 돌봄, 교통, 복지, 의료 등 다방면에서 생활 인프라가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폐교는 또한 주민 간 관계망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소였기에, 폐교 이후 공동체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학교가 마을 회관, 행사장, 회의실 등 다목적 공간으로 기능했지만, 폐교가 되면서 마을 공동체는 정기적인 만남의 장을 잃는다. 이는 고령자들의 사회적 고립심리적 위축으로 연결되며, 지역의 정신적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즉, 고령화가 폐교를 부르고, 폐교가 다시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응 전략 ① 폐교의 돌봄·복지 거점 전환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폐교를 단순히 유휴 공간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 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고령자의 건강과 돌봄 공백이다. 농촌 고령자들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복지 서비스도 도시보다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주간보호센터, 이동 진료소, 커뮤니티 복지실, 재활 운동실 등 노인 복지 복합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강원도 평창의 한 폐교는 ‘노인 통합 복지센터’로 재생되어 지역 어르신들의 식사 제공, 운동 지도, 문화 여가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해당 공간은 간호 인력, 사회복지사, 돌봄 도우미 등이 상주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지역 내 고용 창출과 일자리 재구성이라는 부수 효과도 낳고 있다. 단순한 시설이 아닌 삶의 기반을 유지하는 거점으로서 폐교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민간 복지기관, 주민조직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가 배움의 공간에서 삶을 지키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응 전략 ② 통합정책과 커뮤니티 기반 거버넌스 구축

고령화와 폐교 문제에 대한 진정한 대응은 ‘각각의 문제를 따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합적 정책 프레임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청과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가 각자 폐교·노인·농촌이라는 키워드를 따로 다루는 현재의 구조로는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 대신 ‘고령지역 통합지원센터’나 ‘지방소멸 대응 기구’와 같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폐교 공간을 활용한 통합서비스 거점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때 주민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 모델이 중요하다. 마을 어르신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지역 청년이 관리나 프로그램 운영을 맡는 형태로 세대 간 협력 거버넌스를 설계하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중앙정부는 이러한 시범 모델에 대해 장기적 예산 지원, 복합 용도 허용 규제 완화, 전문 인력 파견 등을 통해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단지 공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 고령화와 폐교 문제는 결코 분리된 이슈가 아니며, 지역의 삶을 지키는 문제의 양면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