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폐교 활용이 지역 공동체 회복에 미치는 영향

tae-content 2025. 7. 2. 08:41

비어 있는 건물보다 더 무거운 건 ‘관계의 단절’

농산어촌 지역의 폐교는 단순한 공간의 소멸이 아니라, 공동체의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학교는 그 자체로 마을의 중심이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마을잔치, 학부모의 참여, 이웃 간의 교류가 오갔던 ‘사회적 광장’이었다. 하지만 학생 수 감소와 도시집중화로 폐교가 늘어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통로도 함께 끊겨버렸다.

 

폐교 활용 지역 공동체 회복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폐교 활용을 통한 지역 공동체 회복이다. 폐교를 단지 리모델링해 문화센터나 복지관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이 다시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적 재생 공간’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폐교 활용이 지역 공동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물리적 공간 복원을 넘어서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공동체 회복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공간을 매개로 한 구체적 실천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폐교 공간의 재활용이 관계 형성에 미치는 직접 효과

폐교 공간이 지역 공동체 회복에 미치는 가장 큰 효과는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물리적 거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회관이나 경로당, 마을 사무소가 그런 역할을 했지만, 기능이 제한적이거나 세대에 따라 이용에 편차가 있었다. 반면 폐교는 교실, 운동장, 강당 등 다목적 공간이 있어 세대 간 통합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적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북 무주의 한 폐교는 리모델링을 통해 ‘마을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으며, 이곳에서는 어르신 건강 체조, 청소년 진로 캠프, 부모 대상 육아 토크쇼, 귀촌인 커뮤니티 모임 등 다양한 세대와 주체가 교차하는 행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자연스럽게 이웃 간의 왕래와 대화의 기회를 증가시키며, 단절되었던 관계를 회복시키는 기반이 된다. 또한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청소하고, 운영하며 협업의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은 지역 주민 간 신뢰와 상호 책임감을 키워주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공간이 생기면 관계가 움직이고, 관계가 생기면 공동체가 다시 작동한다.

 

공동체 회복의 심리적 효과와 사회적 변화

폐교 활용이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또 다른 큰 영향은 심리적 자존감 회복이다. 한때 마을의 자랑이던 학교가 폐교되면서 지역은 스스로를 ‘소외된 공간’, ‘쇠퇴하는 마을’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폐교가 새로운 커뮤니티 거점으로 재탄생하면, 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버려진 곳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얻게 된다. 실제로 충청북도 영동군의 한 마을에서는 폐교를 활용해 지역 생산품 판매장과 북카페, 어린이 체험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 방문객 수가 증가하고 마을 경제도 일부 활성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가 “이 공간은 우리 것이며, 우리가 만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 공동체의 정체성과 주인의식은 회복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마을 내 기존 주민과 귀촌·귀향 인구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지역 사회 통합의 촉매제로 기능할 수 있다. 교육이 멈췄던 공간이 다시 ‘배움과 소통의 공간’으로 재활성화되는 과정은,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적 활력과 긍정적 심리 환경을 조성한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조건과 과제

폐교 활용이 지역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조건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공간이 단순한 행사장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카페, 작은 도서관, 공방, 교육 공간 등 주민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성 요소가 필요하다. 둘째, 공간 운영에 있어 주민 자치와 협력의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간이 다시 행정의 관리 대상이 되면 주민의 소외감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마을 협의체나 커뮤니티 리더 중심의 자율 운영이 중요하다. 셋째, 프로그램 기획과 교류 활동에 있어 중간지원조직의 지속적 개입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교육, 멘토링, 행정지원이 함께 병행되어야만 자립적 운영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폐교 활용의 성과를 단기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5년 이상 중장기 관점에서 공동체 회복 지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마을의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복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폐교라는 공간에 새로운 관계와 기억이 축적되기 시작하면, 그 마을은 다시 살아 있는 공동체로 회복될 수 있다. 폐교 활용은 그 출발점일 뿐이며,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이 진짜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