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폐교에 햇빛이 전기를 만든다
한국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해 해마다 수십 개의 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이처럼 학생이 떠난 폐교 부지는 장기간 방치되거나 일부는 임시 창고 등으로만 활용되어 지역 자원의 비효율적 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폐교의 교정이나 옥상, 부속 부지를 활용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폐교는 이미 일정 규모의 토지와 건물 구조물을 갖추고 있어 초기 부지 조성 비용이 적게 들고, 외부와 격리된 형태가 많아 발전 설비 설치에도 유리하다.
더불어 에너지 전환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지방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거점으로서 폐교 부지는 주목받는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폐교 부지 태양광 발전소의 환경적 가치, 실제 사례, 주민 인식 변화, 향후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잠재력을 살펴본다. 태양광이라는 빛의 에너지가 지역 소멸의 상징이었던 폐교 위에 놓이는 순간, 지역과 지구 모두를 위한 순환 가능성이 열린다.
공간 효율성과 탄소중립 기여 측면의 장점
폐교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은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도 옥상에 패널을 설치할 수 있으며, 넓은 운동장이나 놀이터 공간은 지상형 태양광 모듈 설치에 적합하다. 실제 사례로 전라북도 고창군의 한 폐교에서는 2021년부터 약 300kW급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발전소는 연간 약 370MWh의 전력을 생산해 인근 마을의 50가구 이상에 전기를 공급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이 수치는 연간 약 17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와 동일하며, 탄소중립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폐교는 기존의 전기설비와 접근도로가 남아 있어 송전 및 유지 관리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발전에서 얻는 수익을 지역 공공기금이나 마을공동체 기금으로 환원하는 모델을 도입해,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발전소들이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도 설치된다는 점에서, 환경 파괴 없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상적인 재생에너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사회와의 접점 – 인식 개선과 주민 참여 효과
과거에는 일부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발생했지만, 폐교 부지를 활용한 모델은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폐교는 이미 공동체에서 기능이 종료된 공간이기 때문에, 새로운 용도로의 전환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적고,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거의 없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폐교 태양광 발전 사업 수익의 30%를 마을 발전 기금으로 환원하면서 주민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마을회관 보수나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또한, 지역 고등학생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태양광 설비 운영 및 모니터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교육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함께 얻고 있다. 주민들이 발전량을 직접 모니터링하거나 패널 청소·점검에 참여함으로써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전환되는 경험 또한 지역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단순한 수익 사업을 넘어서, 재생에너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마을이 협력하는 구조는 지역 민주주의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실현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조건과 향후 과제
폐교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모델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제도적·운영상의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시설 운영권의 안정성 문제다. 많은 폐교는 교육청 소속으로 소유권과 사용권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아, 장기 임대 계약 체결이 어렵거나 법적 다툼 소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둘째,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정부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가격이 하락하고, 판매 단가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민간 주도의 사업모델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셋째, 패널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체계 역시 중요하다. 보통 태양광 패널은 20년 이상 사용 가능하지만, 지방 중소규모 발전소의 경우 유지보수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사고나 화재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폐교 태양광 발전 사업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장기 임대 보장 제도 정비, 지자체와 지역민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 모델 확산, 기술 교육과 유지보수 인력 양성, 에너지 수익 환원 구조 제도화 등의 복합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폐교 태양광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촌 에너지 전환의 시작점이며, 지역과 환경이 함께 공존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의 이상형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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