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된 학교에서 시작된 반려동물 교육 실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단순한 양육을 넘어 반려동물 교육과 행동교정, 보호자 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와 민간 단체들은 사용되지 않는 폐교를 활용해 반려동물 교육센터를 조성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폐교라는 넓고 독립된 공간이 훈련장, 상담실, 실습 공간, 동물 놀이터 등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반려동물 교육센터는 단순한 훈련이 아닌, 보호자와의 유대 강화, 유기동물 예방, 반려동물 복지 향상까지 아우르는 지역 복합형 반려동물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도심의 고가 사설 교육기관에 비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방 거점형 동물 교육 인프라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공백이 드러나고 있어,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본 글에서는 폐교를 반려동물 교육센터로 조성한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폐교가 동물과 사람의 배움터로 바뀌기까지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포천시의 ○○폐교를 활용한 ‘포천 반려동물 행동교육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2018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되었으며, 반려견 기본교육, 문제 행동 교정, 사회화 훈련, 반려인 대상 워크숍 등이 이루어진다. 옛 교실은 상담실과 이론 교육실, 강당은 실내 훈련장, 운동장은 야외 놀이시설로 활용되며, 약 5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연 1,000명 이상의 반려인과 동물이 이용하고 있다. 충청남도 홍성군의 사례에서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반려동물 보호자 대상 치유 프로그램과 행동교정 실습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호소 및 유기견 입양 연계 기관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지역 주민에게는 소득형 일자리와 자원 순환 구조를 제공하고, 외부 방문객에게는 농촌 체류형 관광 요소로 작용하며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센터는 유기동물 보호소와 연계해 교육 후 입양을 활성화시키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 내 유기동물 문제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폐교 공간은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성장하는 환경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도 미비와 전문 인력 부족의 이중 구조
하지만 폐교 기반 반려동물 교육센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도 많다. 첫째,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교육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인허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농림축산식품부나 지방자치단체 간 관할권 혼선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동물보호법상 ‘동물훈련업’으로 간주하여 허가를 요구하지만, 교육과정이 자격 인증 중심이 아니면 훈련업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 전문 인력 부족도 심각한 장애 요인이다. 동물 행동 전문가, 수의사, 훈련사, 심리상담가, 시설 관리자 등 다각도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농촌 지역에서는 이들의 확보가 매우 어렵고, 수도권 중심으로 인력이 편중되어 있다. 셋째, 운영비 및 시설 유지 관리비 부담도 크다. 초기 폐교 리모델링은 국비나 지방비로 지원받더라도, 이후 정기적인 장비 교체, 청소, 안전 점검, 프로그램 강사 수당 등을 충당할 자생적 수익 모델이 부족하다. 일부 센터는 체험 위주의 수익만으로는 유지가 어렵고,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을 유료화하려 해도 지역 주민의 가격 저항이 크다. 이 외에도 장기 임대 계약 미비, 주민과의 사전 협의 부족,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 및 위생 민원 발생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 요인도 병존하고 있다.
제도, 협력, 수익구조 삼각 보완 필요
폐교 기반 반려동물 교육센터가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지역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관련 제도의 명확화와 표준화가 시급하다. 반려동물 교육센터가 동물복지시설, 사회서비스기관, 지역 일자리 거점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법령의 교차 지점을 정비하고,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문 인력 육성과 지역 배치 시스템이 필요하다. 관련 학과와 민간 자격 제도를 연계해 지역 배치형 훈련사와 행동상담사 인력을 확보하고, 장기 근무가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운영 주체와 지역사회 간의 협력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보호자, 마을 주민, 지자체, 민간기관이 함께 참여해 교육 주제 선정, 이용 규칙, 공간 운영 방향을 논의함으로써 지역 내 수용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넷째, 수익 구조 다변화 전략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반려견 동반 관광 상품과 연계하거나, 온라인 강의 콘텐츠 제작, 펫 전용 용품 개발 등 부가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폐교는 단순히 남은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느냐를 묻는 시험지이며, 반려동물 교육이라는 공공성과 문화성 높은 콘텐츠를 통해 지역과 시대를 연결할 수 있는 잠재적 해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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