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지역 커뮤니티

폐교를 이용한 치유농업 실험 사례와 주민 만족도

tae-content 2025. 6. 29. 05:31

버려진 교실과 황폐한 땅, 치유의 손길로 다시 살아나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폐교되었다. 이러한 폐교는 공동체 중심 공간의 기능 상실을 의미하며, 마을 정체성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농촌에서 폐교와 유휴 토지를 활용한 ‘치유농업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폐교를 이용한 치유농업

 

치유농업은 농작업, 자연 접촉, 생태 체험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 사회적 관계 회복, 신체 기능 향상을 유도하는 농업 복지의 한 형태로, 특히 고령자, 우울감 호소자, 장애인,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치유농업이 폐교를 활용해 시도되면서, 단순한 농촌 소득 창출이 아닌 공공보건과 커뮤니티 복원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실험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폐교를 중심으로 이뤄진 국내 치유농업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운영 구조와 주민 참여 방식, 만족도, 그리고 향후 확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주요 사례 분석 – 폐교와 치유농업의 접점을 찾다

충청북도 제천시는 2019년 폐교된 ○○초등학교 분교를 ‘치유농업 복합센터’로 리모델링하여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폐교 교실을 개조해 실내 치유 텃밭, 원예 심리치료실, 건강관리실 등으로 활용하며, 운동장과 인근 유휴농지를 연결해 계절별 작물 체험과 치유작업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주 참여 대상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농촌의 독거 어르신, 만성 질환자 등이며, 지역 보건소와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경상북도 안동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폐교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치유농업 체험마을’은 단체 대상 프로그램에 특화되어 있으며, 우울증 완화, ADHD 아동의 정서 안정, 갱년기 여성 대상 스트레스 관리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전라남도 담양군, 경기 양평군, 강원도 홍천군 등 다수의 지역에서 폐교를 활용한 치유농업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례는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보건소, 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이 협력하는 다중 협업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공간 재생과 주민 건강 증진을 동시에 꾀한다는 점에서 기존 복지 시설과 차별화된다.

 

운영 방식과 주민 참여 구조 – 일방적 제공에서 공동 운영으로

폐교 기반 치유농업은 대체로 공공기관이 초기 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 운영 주체가 프로그램을 맡는 구조로 운영된다. 운영 방식은 계절별 농작물 순환 체험, 심리 상담 기반 원예 활동, 요가·명상과 결합된 야외 작업, 지역 특산물 가공을 통한 소규모 생산 활동 등으로 구성되며, 농업 활동 자체에 심리적·신체적 회복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민은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일정 교육을 받은 뒤 조력자(퍼실리테이터)로 전환되어 다른 참가자를 돕는 구조도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천시에서는 70대 어르신이 ‘정원사 도우미’ 교육을 수료하고, 주 2회씩 프로그램 진행 보조를 맡고 있다. 이는 고령자의 역할 회복과 자존감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 창업가가 센터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농업+복지+관광을 결합한 로컬 브랜드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참여자 중 상당수는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이 공간에 와서 처음으로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대화하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발적 재참여율도 높게 나타난다. 특히 폐교라는 장소의 특성상, 어린 시절 추억과 회복의 경험이 맞물려 정서적 친숙함이 높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주민 만족도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건

치유농업 폐교 실험에 참여한 주민들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충북 제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여자 10명 중 8명이 “삶의 활력이 생겼다”고 답했고, 75% 이상이 “재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정서적 안정감 향상(82%), 만성 통증 감소(45%), 사회적 고립감 해소(67%)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한 지역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운영 인력의 전문화다. 원예치료사, 심리상담사, 치유농업지도사 등의 전문 인력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양성 시스템과 자격 인정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둘째, 운영 재정의 다원화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국비·도비·지자체 예산이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기업 모델, 프로그램 참가비 일부 유료화, 민간 기부 연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강화되어야 한다. 마을 주민이 주체가 되어 공간을 운영하고, 외부 방문객과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설의 지속적 유지보수와 법적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폐교는 오래된 건물인 만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적인 보수 및 점검 체계와 행정 절차 간소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함께 회복시키는 통합형 재생 모델이며, 폐교는 그 실험에 있어 최적의 무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