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지역 커뮤니티

폐교를 활용한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터’의 가능성과 과제

tae-content 2025. 6. 28. 02:13

버려진 폐교, 지역 브랜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지방의 수많은 폐교는 인구 감소, 저출산,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생겨난 공동체 해체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폐교 공간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문화 공간이나 복지 시설로의 전환을 넘어서,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 귀촌과 지역 자원 기반 창업이 확산되면서, 로컬 브랜드 창업의 전진 기지로 폐교를 활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정책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터'

 

인큐베이터란,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 지원 시스템이다. 그리고 폐교는 공간, 인프라, 지역 정체성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예를 들어, 버려진 교실은 공동 작업실, 시제품 개발실, 촬영 스튜디오, 브랜드 디자인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고, 운동장과 부대 시설은 팝업 행사, 플리마켓, 워크숍을 운영할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폐교를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전환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과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인큐베이터로서 폐교의 공간적·사회적 가능성

폐교는 그 자체로 이미 로컬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첫째, 공간 규모가 일정하고 별도의 용도 전환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창업 인큐베이터로 전환하기에 구조적 제약이 적다. 둘째, 학교는 마을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했던 만큼, 공동체 기반 창업에 적합한 상징성과 정서적 친밀감을 갖는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로컬 창작자, 농부, 공예가, 디자이너들이 함께 작업하고 교류하는 ‘창작 복합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은 폐교를 ‘로컬 디자인랩’으로 조성해 지역 농산물 브랜드, 수공예 제품, 로컬 굿즈의 공동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경북 봉화군은 전통 식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창업 인큐베이터를 폐교에 조성하여 농촌형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폐교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자원과 창업 아이디어가 만나는 중간지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장비 공동 구매, 공유 물류, 공동 마케팅 등 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소규모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폐교 기반 인큐베이터는 향후 로컬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현실적 과제 – 지속가능성과 전문성의 이중 과제

그러나 폐교 인큐베이터 모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는 지속가능한 운영 재정 확보다. 대부분의 인큐베이터는 사업 초기에는 국비 또는 지자체 예산에 의존해 조성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간 유지, 인건비, 장비 유지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 고정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자생적 수익 모델이 없을 경우, 몇 년 내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번째는 전문 운영 인력 부족이다. 브랜드 인큐베이팅은 단순한 공간 관리가 아니라, 상품 기획, 마케팅, 유통 전략, 소비자 피드백 분석 등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데, 지방에는 이러한 인력이 매우 희소하다. 세 번째는 참여 창업자 확보의 어려움이다. 도시 청년의 귀촌 창업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내 정착률은 낮다. 따라서 단순한 창업 공간 제공을 넘어서, 주거, 교통, 생활 기반 시설 등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정착 지원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와의 관계 형성도 핵심 과제다. 외부 창업자와 지역 주민 간의 문화적 충돌, 공간 사용권에 대한 오해, 행정과 운영 주체 간의 역할 혼선 등은 인큐베이터가 실패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결국, 폐교를 성공적인 브랜드 창업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선 공간 조성 그 자체보다도, 운영 시스템 설계와 사회적 신뢰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책적 제안 – 폐교 인큐베이터의 확산을 위한 조건

폐교 인큐베이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다기능 융합형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한 사무 공간뿐만 아니라, 작업실, 판매공간, 교육장, 커뮤니티 라운지, 전시 및 체험 존이 함께 있는 입체적 공간이 되어야만 창업자도 머물고, 지역 주민도 찾는 장소가 된다. 둘째, 운영 전문조직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지역 내 예비사회적기업이나 청년단체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터 운영 교육을 제공하고, 초기에는 외부 전문기관의 멘토링을 받으며 지역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창업자에게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 관점에서 브랜드 구축을 가능케 하는 지원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1년 단위가 아닌 3~5년 장기 입주 계약, 공유 지식재산권 개발, 로컬 브랜딩 전문가와의 매칭 서비스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넷째, 정착형 창업자를 위한 생활지원 패키지가 필요하다. 주거 공간 제공, 차량 공유, 지역사회 소개 프로그램 등 초기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이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정책을 아우를 광역 차원의 로컬 브랜드 성장 지원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 폐교는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 순환을 만드는 실험실이 될 수 있다. 브랜드 인큐베이터 모델은 폐교 활용 정책의 최종 진화형이자, 지역 창업 정책의 새로운 해답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단,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더 지속적인 행정적 지원과 민간 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