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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활용

폐교 공간의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과 사례 비교

폐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이다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폐교는 단순히 기능을 멈춘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기억과 공동체의 흐름이 응축된 사회적 자산이다. 폐교 공간이 문화센터, 복지시설, 창업공간, 농촌유학 캠퍼스 등으로 재활용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단순 활용의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질적 가치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그 사회적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과 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폐교 공간의 사회적 가치 측정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는 폐교 활용 사업의 결과를 “방문자 수”나 “프로그램 수”로 간단히 보고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당 공간이 얼마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본 글에서는 폐교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하고 정성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측정 프레임과 주요 지표, 그리고 이를 실제 적용한 사례 비교 분석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평가 구조를 제시하고자 한다. 폐교 활용이 진정한 지역 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변화’보다 ‘지속가능한 의미’를 측정해야 할 시점이다.

 

폐교공간의 진정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폐교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일 수치 중심의 평가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첫 번째는 정량 지표다. 이는 주로 연간 방문자 수, 프로그램 개최 횟수, 공간 이용률, 운영 수익, 입주 인원 수 등 물리적 수치로 파악되며, 행정기관의 기본 성과보고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얼마나 사용되었는가’만 보여줄 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는 설명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정성 지표다. 주민 만족도, 공동체 결속감, 세대 간 소통 개선, 외부 방문자와의 관계 형성 등 공간을 매개로 한 사회적 변화를 측정해야 하며,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포커스 그룹 등이 주된 방법이다. 세 번째는 장기성과 지속 가능성 지표다. 운영 주체의 자립 가능성,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 여부, 지방정부 재정의존도 변화, 3년 이상 운영 지속률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특히 해외에서는 ‘사회적 가치 평가(Social Value Measurement)’ 도구나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방식이 활용되며, 국내에서도 LH나 지방 공기업이 이 구조를 일부 도입하고 있다. 즉 폐교 활용의 진정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정량+정성+지속성의 3중 구조가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정량 확대형 vs 관계 회복형의 차이

두 가지 유형의 폐교 활용 사례를 비교해 보면, 사회적 가치 측정 방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첫 번째는 전남 곡성군의 ○○체험형 문화센터다. 이 공간은 연간 2만 명 이상의 체험객을 유치하고, 농촌 체험·전시·카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량 지표에서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의 실질적인 관계 형성은 약했고, 공간 기획과 운영은 외부 위탁 형태로 진행되어 지역 내 자생적 역량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경북 봉화군의 ○○마을학교는 외형적 성과는 크지 않지만, 지역 주민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청소년과 노년층이 함께 공간을 사용하는 구조를 통해 세대 간 연결과 마을 공동체 회복에 기여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곳은 초기에는 이용률이 낮았지만, 3년 이상 자율 운영이 지속되며 주민 만족도와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런 비교는 단순히 숫자가 많은 곳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지역 안에서 어떤 관계망을 형성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 가능성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함을 보여준다. 사회적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민의 말과 행동, 참여와 지속에서 드러나는 질적 변화의 지표로 확인되어야 한다.

 

제도화 필요성과 향후 정책 방향

폐교 공간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개별 프로젝트 차원이 아니라, 정책 차원에서 제도화되어야 할 영역이다. 첫째,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폐교 활용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의 단순 실적 중심 보고를 넘어, 공동체 영향 평가 항목을 의무화하는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국토부·교육부·행안부 등 유관 부처가 협력하여 폐교 활용을 평가할 수 있는 통합 평가지표 매뉴얼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범지역을 지정해 본격적인 적용 사례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셋째, 평가 결과는 단순히 성과 보고용이 아니라, 지역 예산 배분의 기준, 후속사업 연계 여부, 민간 투자 유치 기반 자료로 활용되어야 하며, 특히 청년 창업, 노인복지, 문화 재생 등 분야별 세부 가치 항목을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공간 모니터링과 주민 참여 평가 구조를 통해 측정 자체가 지역 공동체 활동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는 숫자로 완전히 포착할 수 없지만, 지속적인 기록과 피드백을 통해 가시화될 수 있다. 폐교 활용이 일회성 공간 재생을 넘어, 공공성과 지역성과 지속성을 갖춘 사회적 자산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가와 측정 또한 공공적 책임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