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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활용

폐교 내 기숙형 청년 창업 실습장 조성 사례

청년은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청년 창업 지원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방 청년들은 창업 이전에 살아갈 공간부터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농촌이나 중소도시로 귀촌하거나 창업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단지 사무실이 아니라 ‘일하고, 자고, 배우고, 연결될 수 있는 복합형 공간’이다.

 

폐교 내 기숙형 청년 창업 실습장

 

이런 배경 속에서 주목받는 모델이 바로 폐교를 리모델링해 기숙형 청년 창업 실습장으로 조성한 사례들이다. 방치되던 교실은 창업 실습장으로, 관사는 주거공간으로, 급식실은 공유 식당으로 전환되면서 지역에서의 청년 창업 활동이 현실화되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폐교를 기반으로 한 기숙형 창업 공간 조성 사례를 중심으로, 공간 구성 방식, 청년 유입 효과, 지역과의 관계 형성, 지속 가능성 확보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청년이 오래 머물 수 있을 때, 그 지역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폐교에서 시작된 살면서 배우는 창업

강원도 정선군의 한 폐교는 2020년부터 ‘로컬 비즈니스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폐교의 교사동은 창업 실습장(메이커 스튜디오, 가공시설, 공유사무실), 워크숍 강의실, 제품 전시관으로 재탄생했고, 교직원 관사동은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청년 입주 기숙사(원룸형 12실)와 공동 주방, 휴게실이 마련되었다. 입주 청년들은 약 6개월~1년 단위의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교육, 지역 탐방, 사업화 실습, 멘토링을 받으며 생활과 창업을 병행했다.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사업 아이템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 문제 해결과 연계한 창업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행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 입주팀은 인근 농가의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건조 간식 브랜드를 개발했고, 또 다른 팀은 지역 어르신의 수공예 기술을 활용한 업사이클 상품을 기획해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하는 등 사회적 가치 기반의 창업 활동이 이어졌다. 교실에서 배우고, 관사에서 자고, 마을과 연결되며 일하는 이 복합형 구조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유효한 모델로 작동하고 있다.

 

지역과 청년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다

폐교 내 기숙형 청년 창업 실습장의 핵심 가치는 단지 창업 지원이 아니라, 청년과 지역을 새롭게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데 있다. 첫째, 창업과 생활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한 공간 설계는 청년에게 안정감과 몰입 환경을 제공하며, ‘체류형’이 아닌 ‘정주형’ 창업 활동을 가능케 한다. 둘째, 마을 주민과의 관계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입주 청년들이 마을 잔치에 참여하거나, 어르신과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지역 자원 조사에 함께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소통이 쌓인다. 셋째, 지역 입장에서도 청년은 외부 인재이자 공동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지고, 청년의 콘텐츠와 네트워크가 지역 브랜드 가치와 연결된다. 넷째, 지역 내부에 창업 생태계의 기반이 형성된다. 입주 청년이 퇴소 후에도 지역에 정착하거나, 새로운 청년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폐교는 단순히 창업 연습장이 아니라, 청년과 지역이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실로 전환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기숙형 창업 실습장을 위한 조건

폐교 기반 기숙형 창업 공간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청과 지자체 간 안정적인 장기 사용 협약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기 프로젝트에만 폐교를 임시로 제공할 경우, 청년 유입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공간 운영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둘째, 프로그램 운영의 전문성과 유연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창업 교육과 멘토링, 코워킹 운영, 입주자 관리까지 복합적인 역량을 갖춘 전문 운영 기관 또는 로컬 액셀러레이터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셋째, 입주 청년의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 운영 측 개입이 과도할 경우 창의성과 자발성이 위축되며, 반대로 너무 방임하면 공동체 운영이 어려워진다. 넷째, 성과 측정 및 후속 지원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입주 후 퇴소 청년에 대한 후속 지원, 지역 정착 유도 프로그램, 후속 투자 연결 등의 구조가 있어야 진정한 지역 창업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다. 폐교는 텅 빈 공간이지만, 그 속에 들어선 청년의 아이디어와 열정은 지역의 경제와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힘이 된다. 이들이 자고, 배우고, 일하는 폐교는 이제 지역의 미래를 품은 ‘살아 있는 캠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