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폐교를 활용한 주민 복합 커뮤니티 카페 운영 전략

tae-content 2025. 7. 8. 05:00

커피 한 잔이 마을을 연결한다면

농촌에서는 ‘모일 곳’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경로당은 세대가 갈라지고, 마을회관은 기능만 남았으며, 시장은 쇠퇴하고, 학교는 폐교됐다. 주민 간 소통이 끊기면서 마을 공동체의 연결망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일상 속에서 이웃을 만나는 공간조차 희소해졌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 폐교를 활용한 ‘주민 복합 커뮤니티 카페’에서 시작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배우고, 기획하는 복합형 공공 공간으로서의 카페는 농촌에 꼭 필요한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폐교 활용 주민 복합 커뮤니티 카페

 

특히 폐교라는 장소는 교육적 상징성과 정서적 친숙함을 동시에 갖고 있어, 마을 주민들에게는 부담 없는 접근성을 제공하고 외부 방문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 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카페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공간 구성, 주민 참여, 수익 구조, 지속 가능성 확보 전략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마을의 관계가 단절된 자리에 커피 한 잔의 온기를 채울 수 있다면, 폐교는 다시 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카페에서 다시 시작된 마을의 소통

전라북도 남원시의 한 폐교에서는 2021년부터 ‘학교 앞 다방’이라는 이름의 주민 복합 커뮤니티 카페가 운영 중이다. 이 공간은 폐교 교실 두 칸을 리모델링하여 카페 공간, 공유 부엌, 소규모 회의실, 책 교환 서가, 주민 갤러리 등을 복합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운영 주체는 마을 협동조합이며,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지역 중장년 여성들이 직접 교대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 음료 판매 외에도 주민 문화 프로그램(꽃꽂이, 천연비누 만들기 등), 주민기획 소규모 전시회, 마을회의 장소 제공 등 다양한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된다. 한 주민은 “경로당에 가면 남자 어르신들만 계셔서 대화가 어려웠는데, 이곳은 나이·성별 상관없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카페는 마을 주민뿐 아니라 인근 관광지를 찾는 외지 방문객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 연계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과거 정적이었던 폐교는 이제 웃음과 향기, 대화로 가득한 살아 있는 공공 사교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커뮤니티 카페의 사회적 효과와 실질 운영 전략

폐교 기반 커뮤니티 카페는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사회적 기능 복원과 지역 자립의 거점으로 작동한다. 첫째, 세대 간 소통 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카페에서 열린 세대통합 미술 수업,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 교육, 청년 주민의 사진 전시 등은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둘째,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다. 기존에는 마을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던 여성 주민들이 카페 운영을 통해 소득과 자존감을 동시에 얻으며 공동체의 핵심 구성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셋째, 경제적 순환 구조 창출이다. 커피·디저트 판매 수익 일부는 주민 기금으로 환원되고, 지역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재료를 조달하면서 지역 경제 내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넷째, 외부와의 연결 접점이다. 폐교 카페는 농촌 여행객에게 로컬 경험을 제공하고, 방문객이 지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재방문하거나 콘텐츠를 외부에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이 모든 효과를 가능케 한 운영 전략은 주민 주도 의사결정 구조, 운영 교육 시스템, 주간·월간 프로그램 기획 캘린더, 로컬 브랜드화를 위한 콘텐츠 마케팅 등이다. 결국, 커뮤니티 카페는 잘 설계된 하나의 복합 사회적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카페 운영을 위한 조건

폐교 기반 커뮤니티 카페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장기 임대와 리모델링에 대한 행정 지원 체계 확보다. 교육청 소유 폐교의 경우, 안정적인 임대기간 보장과 공공 목적에 맞는 용도 변경 허가가 선행돼야 하며, 지자체는 초기 설비 지원과 공간 관리 책임을 일부 공유해야 한다. 둘째, 운영 주체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협동조합이나 마을 기업이 단순히 열정만으로 운영하지 않도록 카페 운영 실무 교육, 회계·세무 컨설팅, 메뉴 개발 전문가 멘토링 등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지역 맞춤형 수익 구조 설계가 요구된다. 지역 농산물과 연계한 디저트, 소규모 플리마켓, 로컬 문화상품 판매, 프로그램 참가비 등 다양한 수익 채널을 분산 운영함으로써 운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과 커뮤니티 이벤트 운영이 중요하다. 매달 작은 전시, 강연, 공동 요리, 책읽기 모임 등을 꾸준히 열어야 공간의 활기가 유지되며, SNS를 통한 외부 홍보도 병행되어야 한다. 폐교는 과거를 품은 공간이지만, 잘 활용된 커뮤니티 카페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현재형 플랫폼이 된다. 마을에 커피 향이 퍼질 때, 그곳엔 사람의 온기가 함께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