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주민 참여형 폐교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tae-content 2025. 7. 2. 01:39

마을이 직접 만드는 폐교 재생의 미래

전국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폐교의 급증은 단지 건물이 비게 되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기능이 함께 사라지는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폐교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중 일부만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폐교 재생 프로젝트

 

최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모델은 바로 ‘주민 참여형 폐교 재생 프로젝트’다. 이는 단순히 주민에게 공간을 개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획부터 운영, 프로그램 설계까지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마을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삶에 필요한 공간을 함께 상상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폐교는 지역의 상징적 자산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글에서는 실제 성공적인 주민 참여형 폐교 재생 사례를 분석하고,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된 성공 조건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지속 가능하고 살아 있는 공간으로 폐교를 되살리기 위한 핵심 열쇠는 결국 ‘사람’에게 있다.

 

① 기획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

주민 참여형 폐교 재생의 첫 번째 핵심 조건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주민이 주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많은 실패 사례는 공간 설계가 완료된 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식이었으며, 이로 인해 주민은 사용자로 머물 뿐 운영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반면 성공 사례에서는 폐교 활용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부터 마을 회의, 워크숍, 주민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이 실제 공간 구조와 기능 배치에 반영되었다. 예를 들어 전북 완주군의 한 폐교 재생 프로젝트는 어린이, 청년, 고령자, 귀촌인 등 6개 생활 집단별로 소규모 의견 수렴 모임을 운영하고, 이를 종합한 결과로 공간 마스터플랜을 구성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민 중 일부는 ‘시민 기획단’으로 선정되어 직접 설계사와 회의를 갖고, 예산의 우선순위까지 논의했다. 이러한 구조는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하며, 이후 운영 단계에서의 공동체 충돌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나도 이 공간을 만들었다”는 감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② 운영 체계의 자율성과 거버넌스의 유연성

두 번째 성공 조건은 운영 구조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폐교 재생 공간이 단기 이벤트나 공공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외부 전문가나 행정 중심이 아닌 지역 내부 주체가 중심이 되는 운영 체계가 필수다. 실제로 충남 서천군의 한 폐교는 ‘마을 자치위원회’가 공간 운영을 전담하며, 매월 주민 회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외부와의 협력사업도 자체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또한 이 공간에서는 주민들이 분담하여 카페, 소모임, 교육 프로그램, 전시 행사 등을 운영하고 있고, 필요한 재료비나 운영비 일부는 자체 공모사업과 기부, 지역 농산물 판매 수익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운영이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실행된다는 점이며, 이 과정에서 행정은 재정적 뒷받침과 행정적 조율자 역할에 머문다. 거버넌스의 유연성은 공간의 정체성을 탄력적으로 유지하게 하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자율 운영은 폐교 공간이 ‘행정의 공간’이 아닌 ‘마을의 공간’으로 자리잡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③ 지속 가능한 콘텐츠와 관계망 형성 전략

세 번째 성공 조건은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콘텐츠가 흐르고 관계가 유지되는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주민 참여형 폐교 재생 프로젝트가 초기에 열정적으로 운영되다가 중단되는 이유는 대부분 프로그램 고갈과 관계망 단절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스스로가 콘텐츠 생산자이자 교류의 중심 주체가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북 봉화군의 한 폐교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주 1회 ‘내가 기획자’라는 이름의 모임을 열어, 본인의 재능을 공유하거나 외부 강사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또한 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놀이 교실,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귀촌인을 위한 환영 워크숍 등이 주기적으로 운영되며, 세대 간 교류와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콘텐츠가 생활 기반 속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외부 협력 단체나 청년 활동가를 초청해 새로운 자극과 연결을 유입시키면, 폐교 공간은 단지 과거의 공간이 아닌 미래형 마을 커뮤니티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콘텐츠와 관계는 폐교 재생을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시키는 ‘두 축’이며, 이를 설계할 수 있는 장기 전략과 조율 능력이 주민 주도 운영의 핵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