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활용

폐교를 재활용한 마을 공동작업장, 주민 소득 증대 효과 분석

tae-content 2025. 6. 30. 02:30

폐교에서 다시 시작된 마을 경제

폐교는 지역 소멸과 농촌 인구 감소의 상징이지만, 최근에는 지역 자립을 위한 기회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는 폐교를 ‘마을 공동작업장으로 전환해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공동작업장이란 주민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업 기반의 생산 공간으로, 수공예품, 가공식품, 의류 리폼, 목공예, 지역 농산물 포장 및 상품화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을 기반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폐교는 넓은 교실, 급식실, 체육관 등의 다양한 공간이 이미 갖춰져 있어 이러한 활동을 위한 인프라로 이상적이다.

 

폐교를 재활용한 마을 공동작업장

 

과거에는 소득 창출을 위한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이 별도 건물을 임대하거나 신축해야 했지만, 폐교를 리모델링함으로써 공간 비용을 줄이고, 지역 주민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도 함께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폐교를 공동작업장으로 활용한 국내 여러 지역 사례를 기반으로, 그 운영 방식과 소득 증대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모델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살펴본다.

 

주요 사례 비교 – 가공, 수공예, 재생산을 품은 폐교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공동작업장’은 2015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대표 사례다. 이곳에서는 지역에서 수확한 마늘, 고추, 감자 등의 농산물을 세척, 건조, 포장하는 설비를 갖추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농산물 가공 및 공동 출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출하 단가가 평균 20% 이상 높아졌고, 포장 부가가치가 붙으며 소득이 상승했다. 전북 진안군에서는 폐교를 활용한 ‘마을 수공예 공방’이 조성되어, 지역 어르신과 청년들이 함께 한지 공예품, 천연 염색 상품, 리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상품은 온라인 플랫폼과 지역 로컬마켓을 통해 판매되며, 지역 특산 관광 상품으로도 활용된다. 강원도 평창군의 사례에서는 폐교의 교실을 이용해 지역 벌꿀 가공과 밀랍 제품 생산 체험장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단순 생산뿐 아니라, 교육과 체험, 관광까지 연계되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 작업장은 지자체나 농업기술센터의 시설 지원과 함께, 마을 주민이 주도하는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기업 구조를 통해 운영되며, 지역 내 잉여 노동력의 활용과 공동체 소속감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득 증대 효과와 경제적 파급력 분석

폐교 기반 공동작업장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주민 개개인의 실질 소득 증가다. 경북 의성 사례에서, 작업장 참여 주민 1인당 월 평균 소득은 2020년 기준 약 25만 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평균 41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참여 가구의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약 20% 이상 상승한 수치이며, 특히 단순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 가능한 모델로서 농한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진안의 수공예 작업장에서는 제품당 판매 이익률이 60% 이상인 소형 공예 상품을 통해 월간 500만 원 이상의 공동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작업장 참여자에게 일정 비율로 분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공동작업장은 로컬 브랜드 형성과 상품화에 기여하여, 단순 생산을 넘어 ‘○○마을표 상품’이라는 지역 명칭이 부가가치를 가지게 만든다. 파생 효과로는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평창군 공동작업장에는 서울에서 귀향한 30대 창업자가 운영을 맡고 있으며, 지역 고용과 제품 개발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이처럼 폐교 작업장은 단순한 소득원을 넘어 지역 내 노동, 생산, 유통, 소비를 묶는 순환 경제 구조의 기반이 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건과 제도적 제언

폐교 기반 마을 공동작업장이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운영상의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자생 가능한 수익모델 설계가 핵심이다. 초기에는 공공 예산으로 장비와 리모델링이 지원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 유통 경로 확보,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 브랜드 디자인 개발 등 시장 중심의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 둘째, 전문가의 중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의 의지는 강하지만, 생산·가공·포장·마케팅을 통합 운영하는 데는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지역별 협동조합 컨설팅, 회계 지원, 홍보 교육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지역 소셜 서포터’ 조직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셋째, 공간 소유 및 관리에 대한 안정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교의 소유권이 교육청 또는 중앙정부에 있어 행정적 절차가 복잡하고, 중장기 임대나 자율 운영권이 불안정한 경우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폐교 활용 사업에 대한 장기 계약 보장, 지역 우선 운영권 제도 마련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 평가와 피드백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단순 참여 인원 수나 매출이 아닌, 주민 삶의 질 향상, 고용 안정성, 지역 자립도 등 다각적인 평가지표가 설계되어야만 사업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측정되고, 개선 방향이 도출될 수 있다. 폐교 공동작업장은 단지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경제를 지역 주민의 손으로 다시 살려내는 일이며, 농촌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는 중요한 사회적 실험이기도 하다.